연성/계속
[현성] 인사이드파크 호텔
(청)새치
2016. 2. 23. 03:01
2012.03.19
성규가 선글라스 안으로 작은 눈을 가늘게 빗떴다. 그 것은 당장 성규가 할 수 있는 불편한 심기의 표현법이었다. 그리고는 제 불편함을 끊임없이 유발시키고 있는 그를 향해 불만을 담은 눈빛을 마음껏 쏘아 대는 것이다. 선글라스의 어두운 렌즈 안쪽에서 따갑게 쏘아보는 눈빛을 안타깝게 눈치 채지도 못한 듯, 눈썹하나 움찔 하지도 않는 그의 모습에 성규는 깊은 한숨을 들키지 않게 꿀꺽 넘겨야 했다. 딱히 뭣 하나 하는 것도 없이, 무슨 말도 없이 그저 옆에서 성규를 빠안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니까 그 하얗고 반질반질한 얼굴을 턱까지 괴고서는, 한 번씩 콧노래까지 불러가면서, 성규를 진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는 바로 그 남우현이었다.
우현이 성규의 옆에 앉았을 때 성규는 막 자리를 잡고 ,오늘은 어떤 수식어로 그 남 뭐시기를 띄워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노트북을 꺼내는 중이었다. 아직 일반인의 입장이 이루어지지 않아 한산한 야구장은 성규가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그 넓은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하는 선수들 말고는 아무도 없어 고요하게 가라앉은 그 순간만큼은 성규도 야구장을 좋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좋아하지도 않는 직권남용으로 일찌감치 들어왔건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는 일어나고 만 것이었다. 그러니까 남우현!
성규는 옆에서 진득하게 들러붙는 시선을 느끼며 그라운드를 흘끗 내다보았다. 훈련이 한창인 그 와중에 그 누구도 여기서 농땡이를 치고 있는 젊은 투수를 눈치 챈 것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눈치를 챌 것 같지가 않아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저기요! 여기 훈련 농땡이 치는 쥐새끼가 한 마리 있는데요!’ 하고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건만, 그건 왠지 성규 자존심이 허락하지를 않았다. 그런 성규의 복잡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현은 그 사이에 또 활짝 하고 이를 내 보이며 웃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건 지 좋다는 팬들이나 봐야지 ‘꺄!! 남멍뭉이야!’ 할 텐데, 성규 눈에는 그저 동네를 지날 때마다 좋다고 낑낑대며 들러붙는 성가신 동네 똥개의 모양새였다.
“그 쪽은 훈련 안 해요?”
“저 그쪽 아니고 남우현인데. 남우현 몰라요? 요즘 좀 유명한데.”
그라운드를 내다보며 툭 내 뱉는 성규의 말에 한층 올라간 들뜬 우현의 목소리가 되 받아쳐 왔다. 얄밉게도 해맑고 청량하게 성규의 귓전을 때리는 목소리였다. 괜히 받쳐 오르는 짜증에 홱 하고 고개를 돌리자 테이블에 팔꿈치를 받치고는 씨익 웃는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훈련! 안하냐구요!”
“저 오늘은 안 뛰니까 괜찮아요.”
또 다시 해맑은 목소리였다. 그러니까 너 경기 안 나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훈련 안하냐구요! 하는 따위의 태클은 해 봤자 속이 터지는 건 제 자신일게 뻔해서 그냥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잔뜩 불편해진 심기를 안고 그라운드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이럴 때는 그냥 무시하는 게 최고다. 지금까지 약 20여 년간 제 아비를 겪으면서 성규가 터득한 최고의 처세술이었다.
“이름 뭐에요?”
“김성규요”
“이름 되게 잘 어울리네요”
자포자기 한 듯 귀찮음을 담은 성규의 대답에 정말로 기쁜 듯 한 우현의 반응이 바로 돌아왔다. 그게 또 신경 쓰여 팔짱을 끼며 흘끗 눈동자만 돌려 보자 눈까지 접어가며 깊이 웃고 있었다. 못 볼 것을 본 듯 재빨리 다시 시야를 돌리자 이번엔 잠시 쉬는 타임인 듯 잔디위에 늘어져 누워 있는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한가로운 오후였다.
“저 연락 기다리고 있었어요.”
“뭐요?”
“어제 야구공요.”
아. 하는 탄성도 필요 없이 성규는 어제 저녁에 제 발치에 또르르 굴러온 그 야구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니까 삐뚤빼뚤 숫자가 써져 있던 그 야구공을 성규는 어쨌든 챙겨 넣었었다. 그 야구공에 있는 번호가 남우현 번호일게 뻔해서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야구 광팬 아저씨에게 주고 용돈을 받았노라 말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 야구공을 건네주며 ‘구단주 주제에 선수 번호 하나 받은걸 가지고 뭐 그렇게 좋아하세요?’ 하고 물었더니 그 철없는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었다. ‘남우현이 직접 써준 번호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갑자기 오스스 돋아 오르는 소름에 제 팔을 쓰다듬으며 성규는 아무 말도 없이 선글라스 너머로 우현을 바라보았다. 그걸 미안함의 표현이라고 생각한 건지 남우현은 웃으며 제 핸드폰을 성규에게 내 밀고 있었다.
“성규씨 번호요.”
“왜요?”
“제가 연락하게요.”
“그러니까 그 연락을 왜 저한테 하냐구요.”
성규의 목소리가 싸하게 퍼졌다. 그 말이 신호탄이 되어 이곳만 시간이 멈춘 듯, 미동도 없이 성규와 우현은 서로를 바라만 보았다. 짧은 듯, 긴 듯 한 정적이 흐르고,
“몰랐어요?”
그 것을 깨는 것은 우현이었다.
“나 작업 거는 거잖아요.”
남우현이 웃었다.
너무나도 해맑게 웃고 있어서 성규는 잠깐 동안 머엉 해지는 자신을 느껴야만 했다. 아니, 제 정신이 아닌 자신을 눈치 챌 수조차 없었다. 그걸 알았다면 그 핸드폰에 제 번호를 찍지 않았을 터였다. 무엇엔가 홀린 듯, 기계적으로 제 번호를 찍어 핸드폰을 내어주는 성규에게 우현은 해맑게 웃으며 ‘고마워요’ 한 마디를 남기고는 팔랑 거리며 성규의 옆을 떠났다.
Bonus.
“야구 되게 좋아하시나봐요.”
“네?”
뜬금없이 성규에게 말을 거는 우현에게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묻자 우현이 웃으며 '만날 이 자리에 앉아 있잖아요. VIP.' 하고는 씨익 웃었다. 성규가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었다.
“아버지가 야구 안보면 호적 판다네요.”
“네?”
“호적 파이면 돈 한 푼 없이 내 쫓겨야 되거든요.”
“아..”
우현이 조금 이해가 안 간다는 투로 대답을 해 오자 이번엔 성규가 한숨을 푸욱 내 쉬며 덧 붙였다.
“바쁘셔서 저보고 대신 보라고..”
“아... 아버지가 많이 부자신가봐요.”
우현의 말에 매번 VIP석에 앉는 거 보면.. 하는 소리가 작게 따라 붙었다.
“김지폐씨 라고 아세요?”
“아..아뇨..유명하신 분이세요?”
“저희 아버지세요.”
“아 그러시구나...”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는 우현을 보며 성규는 보이지 않게 비웃음을 지었다. '너님 연봉 주는 사람이요' 라거나 ‘너네 팀 구단주요.’ 같은 말은 일단 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까지 과거편 끝.
보너스는 넣고 싶었는데 쓰고나니 못넣었길래 그냥 대충.
* 물풀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9-04 19:59)
성규가 선글라스 안으로 작은 눈을 가늘게 빗떴다. 그 것은 당장 성규가 할 수 있는 불편한 심기의 표현법이었다. 그리고는 제 불편함을 끊임없이 유발시키고 있는 그를 향해 불만을 담은 눈빛을 마음껏 쏘아 대는 것이다. 선글라스의 어두운 렌즈 안쪽에서 따갑게 쏘아보는 눈빛을 안타깝게 눈치 채지도 못한 듯, 눈썹하나 움찔 하지도 않는 그의 모습에 성규는 깊은 한숨을 들키지 않게 꿀꺽 넘겨야 했다. 딱히 뭣 하나 하는 것도 없이, 무슨 말도 없이 그저 옆에서 성규를 빠안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니까 그 하얗고 반질반질한 얼굴을 턱까지 괴고서는, 한 번씩 콧노래까지 불러가면서, 성규를 진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는 바로 그 남우현이었다.
우현이 성규의 옆에 앉았을 때 성규는 막 자리를 잡고 ,오늘은 어떤 수식어로 그 남 뭐시기를 띄워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노트북을 꺼내는 중이었다. 아직 일반인의 입장이 이루어지지 않아 한산한 야구장은 성규가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그 넓은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하는 선수들 말고는 아무도 없어 고요하게 가라앉은 그 순간만큼은 성규도 야구장을 좋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좋아하지도 않는 직권남용으로 일찌감치 들어왔건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는 일어나고 만 것이었다. 그러니까 남우현!
성규는 옆에서 진득하게 들러붙는 시선을 느끼며 그라운드를 흘끗 내다보았다. 훈련이 한창인 그 와중에 그 누구도 여기서 농땡이를 치고 있는 젊은 투수를 눈치 챈 것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눈치를 챌 것 같지가 않아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저기요! 여기 훈련 농땡이 치는 쥐새끼가 한 마리 있는데요!’ 하고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건만, 그건 왠지 성규 자존심이 허락하지를 않았다. 그런 성규의 복잡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현은 그 사이에 또 활짝 하고 이를 내 보이며 웃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건 지 좋다는 팬들이나 봐야지 ‘꺄!! 남멍뭉이야!’ 할 텐데, 성규 눈에는 그저 동네를 지날 때마다 좋다고 낑낑대며 들러붙는 성가신 동네 똥개의 모양새였다.
“그 쪽은 훈련 안 해요?”
“저 그쪽 아니고 남우현인데. 남우현 몰라요? 요즘 좀 유명한데.”
그라운드를 내다보며 툭 내 뱉는 성규의 말에 한층 올라간 들뜬 우현의 목소리가 되 받아쳐 왔다. 얄밉게도 해맑고 청량하게 성규의 귓전을 때리는 목소리였다. 괜히 받쳐 오르는 짜증에 홱 하고 고개를 돌리자 테이블에 팔꿈치를 받치고는 씨익 웃는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훈련! 안하냐구요!”
“저 오늘은 안 뛰니까 괜찮아요.”
또 다시 해맑은 목소리였다. 그러니까 너 경기 안 나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훈련 안하냐구요! 하는 따위의 태클은 해 봤자 속이 터지는 건 제 자신일게 뻔해서 그냥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잔뜩 불편해진 심기를 안고 그라운드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이럴 때는 그냥 무시하는 게 최고다. 지금까지 약 20여 년간 제 아비를 겪으면서 성규가 터득한 최고의 처세술이었다.
“이름 뭐에요?”
“김성규요”
“이름 되게 잘 어울리네요”
자포자기 한 듯 귀찮음을 담은 성규의 대답에 정말로 기쁜 듯 한 우현의 반응이 바로 돌아왔다. 그게 또 신경 쓰여 팔짱을 끼며 흘끗 눈동자만 돌려 보자 눈까지 접어가며 깊이 웃고 있었다. 못 볼 것을 본 듯 재빨리 다시 시야를 돌리자 이번엔 잠시 쉬는 타임인 듯 잔디위에 늘어져 누워 있는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한가로운 오후였다.
“저 연락 기다리고 있었어요.”
“뭐요?”
“어제 야구공요.”
아. 하는 탄성도 필요 없이 성규는 어제 저녁에 제 발치에 또르르 굴러온 그 야구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니까 삐뚤빼뚤 숫자가 써져 있던 그 야구공을 성규는 어쨌든 챙겨 넣었었다. 그 야구공에 있는 번호가 남우현 번호일게 뻔해서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야구 광팬 아저씨에게 주고 용돈을 받았노라 말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 야구공을 건네주며 ‘구단주 주제에 선수 번호 하나 받은걸 가지고 뭐 그렇게 좋아하세요?’ 하고 물었더니 그 철없는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었다. ‘남우현이 직접 써준 번호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갑자기 오스스 돋아 오르는 소름에 제 팔을 쓰다듬으며 성규는 아무 말도 없이 선글라스 너머로 우현을 바라보았다. 그걸 미안함의 표현이라고 생각한 건지 남우현은 웃으며 제 핸드폰을 성규에게 내 밀고 있었다.
“성규씨 번호요.”
“왜요?”
“제가 연락하게요.”
“그러니까 그 연락을 왜 저한테 하냐구요.”
성규의 목소리가 싸하게 퍼졌다. 그 말이 신호탄이 되어 이곳만 시간이 멈춘 듯, 미동도 없이 성규와 우현은 서로를 바라만 보았다. 짧은 듯, 긴 듯 한 정적이 흐르고,
“몰랐어요?”
그 것을 깨는 것은 우현이었다.
“나 작업 거는 거잖아요.”
남우현이 웃었다.
너무나도 해맑게 웃고 있어서 성규는 잠깐 동안 머엉 해지는 자신을 느껴야만 했다. 아니, 제 정신이 아닌 자신을 눈치 챌 수조차 없었다. 그걸 알았다면 그 핸드폰에 제 번호를 찍지 않았을 터였다. 무엇엔가 홀린 듯, 기계적으로 제 번호를 찍어 핸드폰을 내어주는 성규에게 우현은 해맑게 웃으며 ‘고마워요’ 한 마디를 남기고는 팔랑 거리며 성규의 옆을 떠났다.
Bonus.
“야구 되게 좋아하시나봐요.”
“네?”
뜬금없이 성규에게 말을 거는 우현에게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묻자 우현이 웃으며 '만날 이 자리에 앉아 있잖아요. VIP.' 하고는 씨익 웃었다. 성규가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었다.
“아버지가 야구 안보면 호적 판다네요.”
“네?”
“호적 파이면 돈 한 푼 없이 내 쫓겨야 되거든요.”
“아..”
우현이 조금 이해가 안 간다는 투로 대답을 해 오자 이번엔 성규가 한숨을 푸욱 내 쉬며 덧 붙였다.
“바쁘셔서 저보고 대신 보라고..”
“아... 아버지가 많이 부자신가봐요.”
우현의 말에 매번 VIP석에 앉는 거 보면.. 하는 소리가 작게 따라 붙었다.
“김지폐씨 라고 아세요?”
“아..아뇨..유명하신 분이세요?”
“저희 아버지세요.”
“아 그러시구나...”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는 우현을 보며 성규는 보이지 않게 비웃음을 지었다. '너님 연봉 주는 사람이요' 라거나 ‘너네 팀 구단주요.’ 같은 말은 일단 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까지 과거편 끝.
보너스는 넣고 싶었는데 쓰고나니 못넣었길래 그냥 대충.
* 물풀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9-04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