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0 엘규전력 : 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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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UNA : I Wanna Go https://youtu.be/Q7DRA0_ATUI
[자까님 잘 들어갔어요?]
앙증맞은 알림 소리를 내는 성규의 핸드폰 위로 나타난 그 문자의 발신자는 그렇게 신나게 ‘묭묭이님’이라고 불러댔던 명수다. 사실 발신자명을 따로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이 개인용 핸드폰 번호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발신자의 정체를 추측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성규는 그 발신인의 이름을 굳이 제대로 들여다보고서 확인을 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 핸드폰을 마음대로 들어 올리고서는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꾹꾹 야무지게 터치 하던 모습이 핸드폰을 볼 때 마다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금 낯선 경험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던, 아니 솔직히 말을 하자면 기분 좋기까지 했던 그 경험을 조금이나마 더 선명하게 떠올려 보고 싶었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로 잘생긴 그의 외모를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은 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조금은 걱정스럽기까지 했던 그 첫 만남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 결과는 사실 조금 많이 만족스러웠다.
그 날, 명수가 성규를 만나고서 처음으로 한 말은 ‘작가님?’ 이었다. 커다랗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만나기로 한 위치를 보내준 문자를 한 번, 성규의 얼굴을 한 번 번갈아 가면서 들여다보며 얼떨떨해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성규는 앗차, 하는 낭패감을 느꼈다. 설마 했는데 그 설마가 진짜가 돼 버리다니! 명수는 그 존재도 희귀 하다는 그래서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프로 장르소설 작가 김성규씨의 열렬한 팬이었던 것이다. 데뷔 초기 시절, 펜네임으로 아무도 모르게 내었던 작품까지 꿰고 있는! -사실은 그 펜네임을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명수가 수줍은 표정으로 그 사실을 말해 왔을 때 성규는 아주 많이 놀랐다.- 프로 작가가 취미삼아 익명으로 써 올린 글을 읽고 좋아한다고 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그 프로작가의 팬이더라. 하는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정말 말 그대로 쉬이 믿을 수 없었던 성규는 명수 얼굴에 대고 조금 멍청한 말을 내 뱉었다.
“절 아세요?”
그렇게 말을 하는 성규를 앞에 두고 명수는 무어라 말을 했던가! 가장 먼저 잘 생긴 얼굴에 기분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올리면서 아주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서 이어지는 그의 말은 아주 가관이었다. 말 그대로! 성규의 데뷔 작품부터 하나하나 조곤조곤히 내뱉기 시작한 것이다. 성규의 얼굴 표정은 아주 잠시 멍해 졌다가 당혹스러움과 함께 얼굴을 아주 붉게 물들였다. 데뷔 초기의 작품에 대한 성규 본인의 입김의 입김이 아주 가녀렸기 때문에 붙고 말았던 아주 부끄러운 제목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명수의 입을 타고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가만히 두면 아무래도 끝까지 갈 것만 같은 그 모습에 결국 성규의 두 손이 연신 말을 내 뱉는 명수의 입 위로 올라가고 말았다. 여전히 웃는 명수의 눈이 성규에게로 향했고 여전히 붉게 달아오른 성규는 그제야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
“아 맞아요. 접니다. 저예요.”
그러니 제발 그 것 좀 그만 둬 주세요. 하고 덧붙인 후에 성규의 두 손은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 마른세수를 했다. 아 진짜 정말로 부끄러움이 진하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 감정을 헤아린 것인지 말을 뚝 멈춘 명수는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다니. 정말 아주 기뻐요.”
그 때에 성규는 조금 넋을 놓았다. 빈말로라도 평범하게 생겼다고 말할 수 없는 얼굴이 이렇게나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에게 호감이 흘러넘치는 눈빛을 주며 웃어주니 그게 도 나름대로 강력한 하트어택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잠시 스턴에 걸린 것처럼 미동하지 못하는 성규를 두고서 명수는 가까이에 널브러져 있던 핸드폰을 손에 넣는 것을 성공하고 말았다. 아는 사람이 얼마 없었던 그 문제의 성규의 사생활 핸드폰!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쓰이는 모델인 데다가 따로 비밀번호도 걸어 놓지 않았으므로 명수가 그 것을 조작하는 건 누워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므로 성규의 핸드폰 메모리 중 한 구석을 명수의 핸드폰 번호가 차지하는 일은 아주 쉬웠다는 소리다. 통화 버튼까지 눌러 성규 핸드폰 번호에 자신의 핸드폰 메모리 속 자리 분양까지 모두 마친 후에 다시 자리로 돌려주었다. 그러고서 덧붙인 말은 다시 한 번 성규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는 아주 충분했다.
“사실 작가님 프로필 사진 보면서 손이 아주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되게 예쁘네요.”
오. 마이. 갓!
분명히 가볍게 치킨과 맥주나 한잔 하자던 그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인지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분위기가 이렇게나 말랑말랑 해지다니! 성규의 두 손이 부끄럽게 곱았다가 다시 곧게 펼쳐지기를 반복했다. 얼굴은 보나마나 아주 빨갛게 달아올랐겠지! 그 덕분의 성규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아주 힘겹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묭묭이님은 닉네임이랑 다르게 아주 미남이시네요.”
이를테면 아주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거나 하는 말들뿐이었지만! 그 말에 명수는 정말로 아주아주 기쁜 표정을 지었다.
“작가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정말 좋네요. 이렇게 잘생기게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 했어요.”
“아....”
“아, 혹시 별로에요?”
“아, 아니에요. 그럴 리가.”
“다행이에요. 그리고 저 이름은 명수에요. 김명수.”
말을 하는 명수가 다시 웃었다. 웃으니 잘생긴 얼굴에 애교도 살짝 묻어났다. 도대체 모자라는 게 무어란 말인가! 이미 사고력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성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명수의 페이스에 그대로 말려드는 일이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팬심이고 어디부터가 작업인지도 구분할 수가 없었다. 아아. 지금까지 나름대로 중심을 잘 잡는 성격이라고 생각했건만, 명수의 얼굴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니 이렇게 핸드폰 문자,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메신저 메시지 하나 만으로도 이렇게 쿵덕쿵덕 해 하면서 설레어 하는 것일 테지!
[네, 묭묭이님 덕분에 잘 들어왔어요.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이 감사인사는 순전히 헤어지는 순간 택시까지 잡아다 대령해준 일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앙증맞은 메시지 알림음.
[아. 저 명수라고 불러주면 안돼요? 성규형.]
으아아아!
핸드폰 화면을 부여잡고 빨갛게 달아오른 고개를 성규는 푸욱 하고 수그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