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규/Rofl2nd] 계절의 길목에서 봄의 입구에 들어섰다. 겨우내 앙상한 가지만 흔들던 나무들도, 차갑게 얼어붙었던 땅도 아직 채 부드러워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데도 봄의 입구가 열렸다고 했다. 입춘, 허공에 대고 허연 입김을 뿜으며 성규가 되뇐 두 음절이 그랬다. 집을 나서기 전에 보았던 달력에도 입춘 이라고 단정한 글자체로 써 있었다. 그래서 조금 기대를 했는지도 모른다. 어제까지 그렇게 추웠는데도 오늘은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공기가 마주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말이다. 그러나 그 부질없는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날은 전날보다 한층 더 매섭고 차가웠다. 그냥 내쉬는 숨에도 허연 입김이 입에서 피어오를 정도다. 그 매서움에 원래 움츠러 들어있던 몸이 재킷 안으로 더욱더 말려 들어간다. 봄을 맞이할 준비가 돼 보이는 것은 그 어느 것도 .. 더보기 이전 1 2 3 4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