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3
#1
요 즘 들어 이상하게 잠이 늘고 나른한 게 병이라도 도졌나 싶었다. 그래서 쓸데없이 병이나 더 키우지 말자는 생각에 받아본 검사였다. 그러다 정말로 큰 병이면 어떡하나 싶어 조금쯤 걱정도 됐었다. 그런데.. 그런 성규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생각지도 못한, 아니 이 세상에 신체 건강한 남자라며 생각조차 안 해봤을 결과가 나와 버린 것이었다. 차라리 꿈인 게 나을 것 같은 이 상황을 성규는 도저히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을 수 없다기보다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남자가 임신이라니!! 성규는 제 앞 테이블에 나란히 놓여있는 레모네이드와 진단서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하느냔 말이다. 건너편에서 무서운 눈으로 저를 노려보는 친 동생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애꿎은 레모네이드 잔에 동동 뜬 얼음만 빨대로 툭툭 쳐댔다.
"그래서. 애비가 누구라고??"
조용한 정적 속에서 외로이 울리던 딸그랑 거리는 얼음소리를 가르는 명수의 목소리에 급하게 고개를 들어올리고는 말도 못하고 어버버 거리며 고개만 붕붕 가로 저어댔다. 덕분에 답답해지는 건 갑작스런 소식을 듣고 쉬는 날에 옷까지 다 빼입고 나온 명수였다. 범인(?)이 누군지도 모를 만큼 문란하게 놀 인물은 못되니 아마도 저 도리도리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는 뜻일 거다. 도대체 누구길래 동생한테 말도 못하겠다는 건지 답답해져 오는 속에, 시켜놓기만 하고 여직 입도 안대고 있던 냉커피를 단숨에 들이켜 버렸다. 누군지 알아야 멱살이라도 잡고 짤짤 흔들 텐데 입을 열지 않으니 끓는 속을 부여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난 8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애견이 갑작스레 가출해서 누군지도 모를 수캐의 새끼라도 배오면 이렇게 속이 끓어오를까 싶었다. 그런데 그게 저가 애지중지 키워오던 애견도 아니고 한 집에서 지지고 볶고 살던 친 형이라니!!!!! 조금씩 가라앉던 속이 다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안 그래도 숨 막히던 공간 속에서 점점 더 숨 막히는 적막감이 흐르던 때였다. 테이블 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있던 성규의 핸드폰이 부르르 떤 것은…….
매와 같은 눈빛과 손놀림으로 핸드폰을 낚아챈 것은 명수였다. 비밀번호도 걸리지 않은 핸드폰은 액정화면에 다이렉트로 문자를 띄웠다. 명수는 건너편에서 어버버 하는 표정 그대로 저를 바라보는 성규를 한 번 흘끗 보고는 액정화면에 떠오른 문자를 확인했다.
형 임신이라니
무슨 소리에여…….
발신 장동우
"장동우?? 이 사람이야??"
"아…아냐!"
"그럼 누군데!!"
당황했는지 더듬거리며 아니라고 하는 모양새에 핸드폰을 꾹 움켜잡고 그럼 누구냐? 고 물어보니 다시 고개를 붕붕 가로 젓는다. 이래서야 다시 원점이다.
"말 못해? 그럼 이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무언가 결심한 듯한 명수가 성규의 핸드폰을 든 채로 카페를 뛰쳐나간 건 눈 깜짝할 새였다.
그래서 멱살은 장동우가 잡혔는데 사실 애아빠는 남우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속은 괜찮고? 우리 애기이름은 뭐로 할까? 무리는 하지말구 조심해…….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말소리에 다 귀담아 듣기를 포기한 성규는 그저 좋다고 열심히 무어라 얘기하는 우현의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원래 저렇게 인간이 팔불출이었던가 하고 잠깐 고민해 보다가 멱살이 잡혀 발갛게 부어올라 있는 목을 보고 그만두었다. 원래 그런 인간인 게지……. 그러지 않고서야 목이 저렇게 쓸렸는데도 저럴 수는 없는 거다.
명수가 한바탕 하고 나간 게 벌서 반나절 전이었다. 그때부터 저러고 있으니 대단하다 싶다가도 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금까지 도대체 무슨 고민을 한 것인가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치자 잡생각을 떨쳐내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2개월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무슨 이름이야. 라고 혼자 중얼 거렸더니 그걸 또 어떻게 들었는지 재빠르게 돌려다 보는 눈이 번득였다.
"태명 말이야 태명!"
하더니 이번엔 별의별 이름을 다 들이대기 시작하는 거다. 콩알이? 꼬맹이? 사랑이? 심바? 겨울이? 이쁜이? 물론 이건 그 수많은 후보들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어쨌든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지금의 우현은 매우 들떠 있다는 거였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태명은 결국 현성이가 됐더랬다. 그래서
오늘 현성이는 어때? 현성이는 괜찮대? 현성이가 뭐 먹고 싶은 거 없대?? 라고 눈까지 반짝반짝 거리며 물어오는 통에 죽어나는 건 성규였다. 아니 아직 2개월이라니까… 애기가 아직 자기주장 할 만큼 크지 않다구……. 라고 말해봤자 그건 말 귀에 봄바람과도 같이 별 의미 없이 우현의 귓가로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그러고서는 과일을 한가득 사와서 한다는 소리가 '임신부는 변비 조심해야 된다더라.' 였다. 뜬금없는 소리에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싶다가도 한 봉지 그득한 사과며 키위며 오렌지를 보고는 그만 속이 동해 그 자리에서 다 해치워 버린 게 성규이었으니 그건 할 말이 없었다.
성규의 몸에 육안으로도 보이는 변화가 일어난 것은 그 뒤로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고작해야 잠을 조금 더 자고 나른하기만 했던 전보다 먹는 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작고 작다고 해도 생명 하나가 자리 잡은 게 맞지 싶은 듯,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식욕이 왕성해 지니 자연스레 군살이 붙기 시작했다. 이쪽저쪽 구석으로 군살이 붙기 시작하니 거동이 불편해 지는 건 금방이었다. 5개월쯤이 되니 그 전에 입던 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한 벌 두벌 틈틈이 모아둔 옷이 들어가지 않자 그 것이 답답함과 우울함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날도 그런 날이었다. 옷장을 빤히 바라보다가 문득 밀려들어오는 우울함에 복대를 집어 들었더니 어떻게 알았는지 갑자기 우현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고는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성규가 들고 있던 복대를 가져가버리는 것이었다. 그 덕에 이불이나 뒤집어쓰고 있을 때였다. 너무나도 조용한 가운데 아랫배에서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기 시작 했다. 아니 이게 뭐지? 싶어 배를 살살 문지르니 희미하게 느껴지는 움직임에 거실에 있는 우현을 큰 소리로 부르며 한달음에 달려 나갔더랬다.
"우현아!! 현성이가!! 현성이가!!!"
갑자기 뛰쳐나간 통에 큰일이라도 난줄 알고 굳어있는 우현의 손을 잡고 제 배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우현의 눈이 놀라움에 커다래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요 즘 들어 이상하게 잠이 늘고 나른한 게 병이라도 도졌나 싶었다. 그래서 쓸데없이 병이나 더 키우지 말자는 생각에 받아본 검사였다. 그러다 정말로 큰 병이면 어떡하나 싶어 조금쯤 걱정도 됐었다. 그런데.. 그런 성규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생각지도 못한, 아니 이 세상에 신체 건강한 남자라며 생각조차 안 해봤을 결과가 나와 버린 것이었다. 차라리 꿈인 게 나을 것 같은 이 상황을 성규는 도저히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을 수 없다기보다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남자가 임신이라니!! 성규는 제 앞 테이블에 나란히 놓여있는 레모네이드와 진단서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하느냔 말이다. 건너편에서 무서운 눈으로 저를 노려보는 친 동생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애꿎은 레모네이드 잔에 동동 뜬 얼음만 빨대로 툭툭 쳐댔다.
"그래서. 애비가 누구라고??"
조용한 정적 속에서 외로이 울리던 딸그랑 거리는 얼음소리를 가르는 명수의 목소리에 급하게 고개를 들어올리고는 말도 못하고 어버버 거리며 고개만 붕붕 가로 저어댔다. 덕분에 답답해지는 건 갑작스런 소식을 듣고 쉬는 날에 옷까지 다 빼입고 나온 명수였다. 범인(?)이 누군지도 모를 만큼 문란하게 놀 인물은 못되니 아마도 저 도리도리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는 뜻일 거다. 도대체 누구길래 동생한테 말도 못하겠다는 건지 답답해져 오는 속에, 시켜놓기만 하고 여직 입도 안대고 있던 냉커피를 단숨에 들이켜 버렸다. 누군지 알아야 멱살이라도 잡고 짤짤 흔들 텐데 입을 열지 않으니 끓는 속을 부여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난 8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애견이 갑작스레 가출해서 누군지도 모를 수캐의 새끼라도 배오면 이렇게 속이 끓어오를까 싶었다. 그런데 그게 저가 애지중지 키워오던 애견도 아니고 한 집에서 지지고 볶고 살던 친 형이라니!!!!! 조금씩 가라앉던 속이 다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안 그래도 숨 막히던 공간 속에서 점점 더 숨 막히는 적막감이 흐르던 때였다. 테이블 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있던 성규의 핸드폰이 부르르 떤 것은…….
매와 같은 눈빛과 손놀림으로 핸드폰을 낚아챈 것은 명수였다. 비밀번호도 걸리지 않은 핸드폰은 액정화면에 다이렉트로 문자를 띄웠다. 명수는 건너편에서 어버버 하는 표정 그대로 저를 바라보는 성규를 한 번 흘끗 보고는 액정화면에 떠오른 문자를 확인했다.
형 임신이라니
무슨 소리에여…….
발신 장동우
"장동우?? 이 사람이야??"
"아…아냐!"
"그럼 누군데!!"
당황했는지 더듬거리며 아니라고 하는 모양새에 핸드폰을 꾹 움켜잡고 그럼 누구냐? 고 물어보니 다시 고개를 붕붕 가로 젓는다. 이래서야 다시 원점이다.
"말 못해? 그럼 이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무언가 결심한 듯한 명수가 성규의 핸드폰을 든 채로 카페를 뛰쳐나간 건 눈 깜짝할 새였다.
그래서 멱살은 장동우가 잡혔는데 사실 애아빠는 남우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속은 괜찮고? 우리 애기이름은 뭐로 할까? 무리는 하지말구 조심해…….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말소리에 다 귀담아 듣기를 포기한 성규는 그저 좋다고 열심히 무어라 얘기하는 우현의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원래 저렇게 인간이 팔불출이었던가 하고 잠깐 고민해 보다가 멱살이 잡혀 발갛게 부어올라 있는 목을 보고 그만두었다. 원래 그런 인간인 게지……. 그러지 않고서야 목이 저렇게 쓸렸는데도 저럴 수는 없는 거다.
명수가 한바탕 하고 나간 게 벌서 반나절 전이었다. 그때부터 저러고 있으니 대단하다 싶다가도 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금까지 도대체 무슨 고민을 한 것인가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치자 잡생각을 떨쳐내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2개월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무슨 이름이야. 라고 혼자 중얼 거렸더니 그걸 또 어떻게 들었는지 재빠르게 돌려다 보는 눈이 번득였다.
"태명 말이야 태명!"
하더니 이번엔 별의별 이름을 다 들이대기 시작하는 거다. 콩알이? 꼬맹이? 사랑이? 심바? 겨울이? 이쁜이? 물론 이건 그 수많은 후보들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어쨌든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지금의 우현은 매우 들떠 있다는 거였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태명은 결국 현성이가 됐더랬다. 그래서
오늘 현성이는 어때? 현성이는 괜찮대? 현성이가 뭐 먹고 싶은 거 없대?? 라고 눈까지 반짝반짝 거리며 물어오는 통에 죽어나는 건 성규였다. 아니 아직 2개월이라니까… 애기가 아직 자기주장 할 만큼 크지 않다구……. 라고 말해봤자 그건 말 귀에 봄바람과도 같이 별 의미 없이 우현의 귓가로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그러고서는 과일을 한가득 사와서 한다는 소리가 '임신부는 변비 조심해야 된다더라.' 였다. 뜬금없는 소리에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싶다가도 한 봉지 그득한 사과며 키위며 오렌지를 보고는 그만 속이 동해 그 자리에서 다 해치워 버린 게 성규이었으니 그건 할 말이 없었다.
성규의 몸에 육안으로도 보이는 변화가 일어난 것은 그 뒤로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고작해야 잠을 조금 더 자고 나른하기만 했던 전보다 먹는 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작고 작다고 해도 생명 하나가 자리 잡은 게 맞지 싶은 듯,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식욕이 왕성해 지니 자연스레 군살이 붙기 시작했다. 이쪽저쪽 구석으로 군살이 붙기 시작하니 거동이 불편해 지는 건 금방이었다. 5개월쯤이 되니 그 전에 입던 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한 벌 두벌 틈틈이 모아둔 옷이 들어가지 않자 그 것이 답답함과 우울함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날도 그런 날이었다. 옷장을 빤히 바라보다가 문득 밀려들어오는 우울함에 복대를 집어 들었더니 어떻게 알았는지 갑자기 우현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고는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성규가 들고 있던 복대를 가져가버리는 것이었다. 그 덕에 이불이나 뒤집어쓰고 있을 때였다. 너무나도 조용한 가운데 아랫배에서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기 시작 했다. 아니 이게 뭐지? 싶어 배를 살살 문지르니 희미하게 느껴지는 움직임에 거실에 있는 우현을 큰 소리로 부르며 한달음에 달려 나갔더랬다.
"우현아!! 현성이가!! 현성이가!!!"
갑자기 뛰쳐나간 통에 큰일이라도 난줄 알고 굳어있는 우현의 손을 잡고 제 배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우현의 눈이 놀라움에 커다래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물풀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9-0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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