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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계속

[현성] 인사이드파크 호텔

2012.01.29




성규는 제 아비의 취미생활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 했다. 남자의 취미생활은 낚시, 수석 모으기, 등산, AV수집이 아니면 된다고. 하지만 성규는 간절히 바랐다. 제 아비가 이제는 그만 야구를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성규가 처음 야구장에 간 것은 기억조차 할 수 없지만 자기주장이래 봐야 겨우 으아아앙! 하고 울거나 에베베베베 하는 옹알이 정도밖에 할 수 없었던 갓난아기 무렵 부터였다.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하면 아직도 거실 한쪽 탁상위에 서 있는 자그마한 액자 때문이었다. 하단에 '성규 태어나고 첫 가족사진.' 이라고 쓰여 있는 그 사진에는 야구 유니폼을 입고 있는 제 아비와 엄마, 그리고 포대기에 포옥 쌓인 갓 난 성규가 카메라 앵글 안에 들어와 있었다. 지긋지긋한 인간 같으니라고. 야구가 얼마나 좋았으면 갓난애를 데리고 야구장엘 가느냔 말이다. 성규는 그 사진을 보고서 지긋지긋함에서 오는 소름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성규의 어머니는 성규에게 말 했다. '늬 아비가 그렇게까지 야구를 좋아할 줄은 몰랐다.'고. 그랬다. 성규의 아비는 야구를 정말로 너무나 좋아했다. 어느 정도로 좋아했느냐면 다른 구단을 좋아하던 여자의 마음을 돌릴 정도로. 성규의 어머니는 아직도 친정집에 잘 가지 않는다고 했다. 가기만 하면 배신자라느니, 네가 어쩜 그러냐 느니 하는 닦달을 듣기 때문이었다. 어쩌느냔 말이다. 사랑의 힘이 더 컸던 것을.


성규의 아비는 야구를 정말로 진짜로 좋아했다. 어느 정도냐면 응원하던 구단이 휘청 한다는 기사가 나자마자 컨택을 걸어 인수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물론 감독, 코치, 선수, 프런트 등등 모든 직원들 그대로 인수했다. 그 때가 성규나이 15살 때였다. 막연하게나마 우리 집이 다른 집에 비해 커다랗고, 돈이 좀 많은가보다.. 하고 생각하던 성규는 그때서야 아 우리 집이 존나게 부자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성규는 제 아비의 취미생활에 별 생각이 없었다. 물론 어린 시절에 억지로 어린이 베이스볼 클럽에 가입을 시켰다거나, 가끔.....이 아니라 자주 야구장에 가기 싫은 저를 데리고 억지로 야구장엘 데리고 간다거나 하는 것을 뺀다면 성규는 제 아비의 취미생활에 태클을 걸 생각이 없었다. 제 아비가 마음대로 당신이 좋아하는 선수 이름으로 유니폼을 파와서 억지로 입혀도 성규는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제가 좋아하지 않으면 되니까. 그 것은 매사에 귀차니즘을 깔고 들어가는 성규의 본성과도 맞물려서 어떻게 어떻게 일상이 됐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성규가 20살이 되기 전까지.
그 것은 다시 성규가 15살이 되던 해로 돌아가야 했다. 성규의 아버지가 드디어 야구단의 주인이 되는 꿈을 이루던 그 해로. 성규는 그날따라 유난히 입이 귀에 걸리도록 베싯베싯 웃는 제 아비의 얼굴을 약간은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런 표정을 보고나서 좋은 꼴을 본적이 없었다. 어제는 야구장엘 갔고, 그제는 알지도 못하는 이름이 박힌 유니폼에 꿰였고, 그끄제는 정신 산만하기만 한 야구장 응원석에 끌려갔었다. 그런 성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성규에게 말했다.



"네가 대학졸업을 하거든 구단주 자리에 앉혀주마."

성규는 말했다.

"전 그 자리 필요 없는데요."






성규는 저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저에게 내 밀어진 정체모를 카드를 보고서도 난처하게 눈썹을 늘어트렸다. 성규에게 좋지 않은 기억만 안겨다 준 그 미소를 지으며 성규의 아버지는 그 카드를 내 밀었던 것이다. 붉은색 바탕 위에 매서운 눈빛의 매 일러스트가 그려진 그 카드의 한가운데에는 Moohan Hawks 로고가 들어가 있었다.


"이게..뭐에요?"
"시즌권, 평생"


성규의 미간이 가운데로 몰렸다. 평생 시즌권이라니 그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아니 그 것 보다도 그런 곳을 평생 동안 드나들라는 것일까? 성규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비라는 사람은 커다란 상이 휘어질 정도로 호화롭게 차려진 상위에서 회를 하나 집어 먹으며 말을 이었다.


"구단주가 되려면 야구를 알아야지."
"........"
"VIP석이다. 보고나서 보고서 하나씩 써 보내라."


와사비간장이 범벅된 회를 씹으면서 성규의 아버지는 껄껄 웃었다.









성규는 선글라스 안에서 두 눈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벌써 시즌 중반에 접어드는데도 야구장이란 곳은 적응이 되질 않았다. 평균 서너 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쉬지 않고 웅성거리는 주변 소음들과, 갑작스레 툭 터지듯 한 번에 와르르 쏟아지는 함성소리는 성규의 성격과는 도저히 맞지 않는 것들 이었다. 거기에 제 어깨를 내리누르는 어센틱 유니폼의 이름자수가 제 이름도 아니고 다른 이의 이름이라는 것까지 더해서 기분이 더 언짢아지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왜 바라지도 않는 야구 공부를 해야 되느냔 말이었다. 다른 재벌2세들처럼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았고, 여자와 질펀하게 놀아나지도 않았으며, 그 흔한 버릇 같은 명품쇼핑도 성규와는 먼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벌 아닌 벌을 받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성규는 찌푸린 얼굴을 풀지 않고 선글라스 너머로 스코어를 확인 하였다. 7회 초에 3:0이었다.


전광판으로 돌렸던 시선을 그라운드로 내리자, 그라운드 한 가운데서 연신 사인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투수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 혜성처럼 떠오르는 신인투수 남우현이었다. 분명 최근 제 아비가 매우 관심에 두던 투수였으며 동시에 저가 입고 있는 어센틱 유니폼 등판에서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이름이기도 했다. 빌어먹을 유니폼에 자수 마킹은 도저히 못써먹겠다고 생각하며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고 있을 때였다.


남우현이 와인드업을 하더니 경쾌하게 공을 던졌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1초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18.44m를 날아서 포수에게 닿는다. 그 정도는 성규조차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공을 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규는 제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고는 방금 우현이 던진 공이 들어간 포수의 미트를 바라보았다. 공이 너무나도 매끄럽게 포수의 미트로 빨려 들어간 탓이었다.


잠시 후 주심의 스트라이크 아웃 사인이 떨어지고 여기저기서 와르르 하고 함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7회 초가 마무리되는 순간이기도 하면서, 신인투수 남우현이 벌써 다섯 번째 승리투수 요건을 만족하며 내려가는 순간이면서, 세 번째의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남우현이 모자를 벗었다. 모자에 잔뜩 눌리고 땀에 절은 검은 머리칼에 조명에 비쳐 반짝반짝 거렸다. 이마와 뺨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덕아웃으로 뛰어 들어오다 말고 멈추어 서서는 관중석으로 꾸벅 하고 허리를 숙인다. 함성소리가 더 커졌다. 잠시 후 벌떡 일어서는 얼굴이 환하게 밝았다. 무어라 무어라 들리지 않는 말을 하는 입모양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움직이는 듯했다.


그리고는 열심히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관중석을 훑는다. 한 사람 한사람을 눈에 담을 것처럼 이리저리 훑던 시선은 어느새 멈추어서는 한 곳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성규는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이 저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저 먼 곳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한 쪽 눈이 살짝 감겼다가 떨어지는 것이다. 성규의 저쪽 옆에서 여자의 호들갑 떠는 소리가 들려왔고, 볼일을 마쳤다는 듯 다시 모자를 뒤집어쓰는 남우현의 얼굴은 다시 함박웃음이 가득 했다.







뒤에 더 있을......까?
어쨌든 난 아직 현재시점에 들어오지 못했다고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

안단테님이 엘원수로 쓰실 것이고
김키미가 동열로 쓰실 예정 ㅇㅇ

* 물풀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9-04 19:59)